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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포로로 잡힌 국군 소대장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주어진 한 시간이라는 삶의 유예 시간 동안 그가 느끼는 여러 상념들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처리하여 생생한 효과를 얻고 있다.
오상원은 이른바 전후 문학파(戰後文學派)에 속하는 작가이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전쟁에 휘말려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인간의 생명, 그로 인하여 파괴되는 개인적 삶 등으로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작품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후 세대가 놓여 있던 회색 분위기와 그러한 분위기 속에 팽배했던 허무의식을 그려 내는 데도 관심이 있었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인간 생명과 삶을 옹호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특히, {모반(謀反)}과 같은 작품에서는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 때문에 개인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혼란기의 오도(誤導)된 가치관에 정면으로 맞서 개인의 가치를 강조하는 작가 정신을 보여 준다.
“유예”도 이러한 문학 정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적군의 회유를 거부하고 처형당하기까지 그의 의식 속에 명멸하는 전쟁의 무의미성, 가치를 상실한 인간 생명 등에 대한 생각의 단편들이 주마등처럼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이 처한 현재 상황과 그와 관련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긴박감과 함께 인간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눈’의 의미이다. 흰 눈은 총살당해 흐르는 붉은 피와 시각적으로 대조가 되면서, 전쟁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비극성이 더욱더 강조되게 한다. 몇 사람이나 걸었을 흰 둑길은 그 위에서 몇 명이 죽어 나갔든지 간에 변함없이 하얗다. 나는 이러한 흰 눈 속을 걸어가면서 죽음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