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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차 시각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서울역에 나왔다. 거기서 친구 김 군(君)을 만났다. `나`는 성질이 고지식한 편이지만 김 군(君)은 넉살이 좋은데다 요령꾼이다. `나`는 사흘씩이나 여행 준비를 했지만, 그는 불과 몇 분만에 웃돈을 얹어 주고 차표를 사 온다.
비좁은 열차 안에서 젊은 사람과 늙은 농민이 언쟁을 벌인다.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청년은 토지 개혁을 하여 도지 안 무는 자영농(自營農) 시대의 도래와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며 농민을 설득하지만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 신사가 끼어들어 공산주의는 나라 망치는 지름길이라며 미국식 민주주의를 역설한다.
열차가 천안에 이르자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월급쟁이가 쌀 보퉁이를 차창으로 들이밀며 승차한다. 그는 지역마다 쌀값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경제 구조를 격앙된 어조로 비판하며 이념 논쟁에만 골몰하는 정치인을 비판한다. 청년과 시골 신사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다.
이윽고 기차는 대전에 도착하고, `나`와 김 군(君)은 호남선으로 갈아타기 위하여 비 오는 새벽에 열차를 기다린다. 그러나 사람에 비해 객차는 턱없이 부족하여 곳간차 꼭대기에도 사람이 가득 찰 지경이다. 그때 좋은 객차 다섯 칸이 달려 나오고 거기에는 미군들이 한가로이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