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줄거리
인간은 누구나 금기를 깨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옛부터 이를 표현하고 있는 설화들이 많다. 우리 나라의 `나무꾼과 선녀`, 중국의 `담생(談生)`, 일본의 `우라시마다로` 설화는 모두 금기를 소재로 한 것들이다.
`나`는 대학을 정년 퇴임한 작가로서 금기를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중이다. 모델이 될 인물은 이웃에 사는 강 노인이다. 평소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며, 바둑이를 데리고 어린이 놀이터 벤치에 나와 `나`를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강 노인이 어느 날부터인가 바둑이 없이 혼자 나와 시무룩해 있다. 사연인즉, 바둑이를 팔았다는 것이다.
그는 6.25 때 북에 처자를 두고 남으로 와서 곧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살지만 결국에는 새살림을 꾸린다. 그리고는 결코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두 아들을 둔 그는 지금 둘째와 함께 사는데, 손주들이 졸라서 사 온 바둑이와 친구가 된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그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는다.
그러나 남북 회담이 열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기대와 함께 결코 해서는 안 될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을 하게 된다. 술, 담배 생각에 바둑이를 팔아 버린다. 그는 지금까지 지켜 온 금기를 깨면서 힘들게 유지해 왔던 안정을 잃고 만 것이다. 술과 담배, 그리고 한숨으로 `나`를 만나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나`는 마침 대학의 영문과 교수가 건네준 영자 신문에서, 사할린에서 죽은 어느 노인의 사연을 읽에 된다. 그 노인은 사할린에 가 지금까지 고향의 소식을 모른 채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40년 만에 고향에서 처와 아들로부터 편지를 받느다. 편지를 읽고 난 노인은 심장마비로 죽는다. 한국 친척들의 편지가 아니었으면 아버지는 더 살았을 것이라는 딸의 편지도 신문에는 실려 있었다.
`나`는 문득 강 노인을 모델로, 금기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했던 작품의 결말을 구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