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한기 연구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측면은 그의 방대한 저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서전적인 학문연구의 추이과정을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활活動운運화化의 기학이 최한기 사상의 중심인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그의 중심된 기학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논거는 부족한 편이었다. 기존 논의에서 최한기 기학 성립의 배경은 주로 전통 성리학과 서구과학의 조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기학 성립의 배경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황제내경의 우주론과 방법론이다. 최한기는 주자학과 같은 전통 형이상학은 물론이거니와 전래의 의료풍속 등도 허학虛學이라 하여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학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경의 우주론적 사유를 자신의 기학 구조에 도입하였다. 이 책의 공동필자 중에서 신원봉 교수는 그 부분을 지적하였다. 신 교수는 최한기 운화사상의 한 축인 신기神氣론과 내경 영추 편의 장부론을 비교 인용하여 인체의 장부는 신기에 의해 좌우되고 변통變通된다고 보았다. 특히 내경 素問에서 말하는 정精, 혈血, 신神의 관계로부터 신체 장부와 신기의 관계가 유래되었다고 신 교수는 쓰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첫째 최한기가 음양오행론을 허학이라 하여 크게 비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의학의 사유구조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최한기는 음양오행론 그 자체보다는 음양오행을 반성 없이 적용하는데 문제를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의료에 적용되는 음양오행과 내경에 내재된 세계관을 접근하는 방법론적 정신을 엄격히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내경의 방법론적 정신을 기술해보면 그 구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내경의 방법론적 정신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