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시는 목적지를 상실한 나그네의 비애를 김소월 특유의 전통적 리듬과 소박하고 일상적 언어, 자문 자답(자문자답) 형식의 대화체를 빌어 표현한 시이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의 서글픈 정한(정한)은 현실의 삶에서 낙오된 소월 자신의 근원적 애수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킨다면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유랑의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비애를 대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시는 기질적으로 유랑인의 생리를 타고난 소월의 삶의 투영이며, 개인의 정한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월은 실제로 삶의 터전을 찾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영혼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떠돌고 있다. `오늘은 / 또 몇 십 리 / 어디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도 없소.` 등의 독백 속에 고향을 상실하고 유랑하는 나그네의 서글픈 심정이 표백되어 있다.
나그네가 가는 길은 끝이 없는 여정으로서 뚜렷한 목적지가 없이 가야 하는 길이고, 당시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실향민의 비애를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길`은 우리가 평소 걸어 다니는 시골의 오솔길이나 도회지의 보도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으나 비유적으로 쓰이는 인생길이나 운명의 갈림길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인간의 도리나 종교적 진리를 가리키는,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인 길일 수도 있다. 이 시에서의 `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 `유랑민의 삶의 행로`를 표상한다.
특히, 이 시가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까닭은 우리의 인생이 지상의 현실 속에서 피안의 세계를 갈구하며 살아가는 역려 과객(역려과객)으로 존재하는 데 있지 않은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