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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장치의 중층화
국가권력이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1997년 7월부터 제정, 시행해오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과 그 수행기구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가 바로 그것. 그렇다면 국가권력을 뒤흔들고자 하는 좌파 혹은 진보진영은 그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해오고 있는가? 제정 당시 진보적인 문화계에서는 검찰의 만화작가 소환 등 일련의 ‘표현의 자유’ 탄압과 관련하여 ‘신자유주의 및 신보수주의’의 새로운 준동으로 인식하기는 하였으나 1997년 9월 10일, 12개의 진보단체들이 연대하여 ‘표현의 자유’ 탄압정국과 관련하여 <문화예술 검열철폐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는데, 발제자인 강내희 교수는 표현의 자유 탄압정국을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의 지배논리로 인식하였다.
청보법 자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없다. 그러나 그 법의 기능, 성격, 효과로 볼 때 새로운 지배의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청보법은 문자 그대로라면 청소년들을 소위 ‘유해환경들’로부터 보호한다는 사회윤리적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 실질적으로는 국가권력 행사의 새로운 장소가 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나는 이것을 국가권력의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제기하고자 하며, 나아가 좌파/진보진영이 실천적 스펙트럼을 다층화하려 한다면 청보법과 같은 새로운 장치들을 통해 수행하는 권력생산의 헤게모니 강화 전략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가 더 보태지고 있다는 차원의 인식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권력지형의 변주를 읽어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청보법을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과 연동해서 사고하고자 한다. 국보법은 주지하다시피 1948년 12월 제정, 시행된 이래 국가권력과 지배체제의 수호 및 재생산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사용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