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설명
80년대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고조되었을 때, 진보진영의 투쟁은 고단한 싸움이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쉬운 싸움을 벌였지 ...
본문/내용
80년대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고조되었을 때, 진보진영의 투쟁은 고단한 싸움이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쉬운 싸움을 벌였지 않았나 싶다. “호헌 철폐, 독재타도”, “전노일당 구속”, “민중정권 수립”이라는 너무도 분명한 슬로건들, 그리고 시민·학생·재야의 결집력과 눈앞에 다가온 것만같았던 민주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노선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정치적 전복이라는 하나의 중심테제 안으로 수렴되면서, 진보운동은 이미 그 시대에 서서히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던 민주사회의 미시적이고 탈중심적인 모순들을 외면해도 기꺼이 용서받을 수 있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지배권력만을 타도하면 혁명은 완수될 것이라는 순진한 환상은 YS 문민정부의 개량화와 50년만에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통해 그야말로 환상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했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쏟아져나왔던 사회적 모순들은 오히려 정치적 모순보다도 더 심각하게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요소가 되었다. 지금 진보운동이 처한 어려움은 중심 운동좌표의 표류, 운동세력의 분산 보다도 사회민주화의 궤적에서 발견되는 다양하고 미시적인 시민권리에 대한 실천 노하우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계급과 노동을 중심으로 한 진보운동의 한계들을 탈계급과 탈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환상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비민주적 모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계급과 노동운동 역시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90년대 들어 정치적 민주주의 운동 외각에서 다양한 시민운동들이 계급과 노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공간환경, 경제정의, 여성권리, 소액주주권과 같은 참여민주주의의 형태들은 정치적 대의제로 집중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우리사회의 비민주적인 부패관행들에 대한 현장고발과, 대중의 생활양식, 삶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민주적인 요구를 강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