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박씨는 어떠한 여자완대 감히 대장을 죽이고, 또 그 머리를 저 에 달았으니, 어찌 당돌하지 아니리오. 바삐 나와 내 칼을 받으라.`
하고 달라드니, 박씨 분기를 참지 못하야 계화를 불러 가로되,
`네 가서 죽이지 말고, 이리이리 하야 간담을 서늘하게 하라.`
계화 응낙하고 나올새, 일월국화관(日月菊花冠)을 쓰고 몸에 홍금사 나의(紅錦紗羅衣)를 입고 손에 삼 척 비수를 들고, 문 밖에 내다라 용골대의 거동을 보니, 얼굴은 무른 대추빛 같고 눈은 번개 같아, 보기에 흉악한지라, 계화 목청을 가다듬으며 꾸짖어 가로되,
`용골대야, 네 대장으로 조선에 와 날 같은 조고마한 여자에게 욕을 보고 돌아가려 하니, 어찌 애닲??아니리오.` <중략>
차설(且說) 울대 군중(軍中)에 영(令)하여 일시에 불을 지르니, 화약이 터지는 소리 산천이 무너지는 듯하고 불이 사면으로 일어나며 화광이 충천(衝天)하니, 부인이 계화를 명하여 부작(符作)을 던지고, 좌수에 홍화선(紅花扇)을 들고, 우수에 백화선(白花扇)을 들고, 오색실을 매어 화염(火焰)중에 던지니 문득 피화당(避禍堂)으로조차 대풍이 일어나며 도리어 호진(胡陣) 중으로 불길이 돌치며 호병(胡兵)이 화광(火光) 중에 들어 천지를 분변(分辨)치 못하며 불에 타 죽는 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라. 울대 대경(大驚)하여 급히 퇴진(退陣)하며 앙천 탄식(仰天歎息)하여 가로되,
`기병(起兵)하여 조선에 나온 후 병불혈인(兵不血人)하고 방포 일성(放砲一聲)에 조선을 도모(圖謀)하고 이 곳에 와 여자를 만나 불쌍한 동생을 죽이고 무슨 면목으로 임금과 귀비(貴妃)를 뵈오리오.`
통곡함을 마지 아니하거늘, 제장(諸將)이 호언(好言)으로 권위( 威)하며 의론 왈,
`아무리 하여도 그 여자에 보수(報讐)할 수는 없사오니 퇴근(退軍)하느니만 같지 못하다.`
하고, 왕비와 세자·대군과 장안 물색(長安物色)을 거두어 행군하니, 백성의 울음 소리 산천이 움직이더라. 차시 박 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적진을 대하여 크게 외쳐 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