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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느 왕가보다 「임금 독살설」이 많았던 왕조였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나 왕조의 역사가 장구하다는 점은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한 국가나 왕조는 창업기→성장기→발전기→쇠퇴기→소멸기라는 사이클을 지닌다. 그런데 조선은 쇠퇴기, 멸망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무려 3세기 이상을 끌어왔다.
사대부들이 이끌던 조선이란 국가는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사실상 종말을 고한 셈이었다. 백성들은 당시 국왕 선조가 버리고 떠난 궁궐에 난입해 노비문서를 관리하는 장예원에 불을 질렀다. 또한 선조의 어가(御駕)를 가로막고 강계에 귀양가 있는 정철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국왕을 정점으로 사대부들이 다스리는 조선이란 국가통치 체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에도 조선 사대부들은 무려 3백년이란 세월을 통치자로 군림했다. 이와 함께 임진왜란이 일어난 16세기 말부터 국왕 독살설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을 그저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정상적인 생명력을 다한 조직이나 생물은 비정상적인 형태로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게 된다. 국왕 독살설은 왕조국가가 이미 비정상적인 정치 형태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를 이웃나라 중국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조선과 비슷한 시기의 중국 왕조인 명(明)과 청(淸)에서는 황제 독살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명은 1368년에 건립돼 1662년에 멸망하기까지 약 3백년을 존속한 왕조였다. 만주족이 세운 청은 명과 각축하는 기간까지 포함해 1616년에 건국해 1911년 신해혁명으로 멸망했다. 역시 3백년을 존속한 셈이다. 3백년이란 기간을 왕조의 창업과 소멸의 한 주기로 볼 때, 1392년에 건국한 조선은 1910년 일제에 침탈당하기까지 무려 5백여년을 존속했다. 분명 비정상적일 정도로 장구한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