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
이 시는 아득하게 넓은 광야를 배경으로, 천지가 처음 열리는 까마득한 태초로부터 머나먼 미래까지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광야의 유구함과 광활함을 노래하는 3연까지가 과거에 해당한다면, 시적 화자의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4연은 현재에 해당하며,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5연은 아득한 미래를 의미한다.
`광야`의 상징적 의미
`광야`는 이 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광야의 상징적 의미를 탐색하는 데 있어서 이육사의 지사적 풍모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수 많은 투옥을 경험한 독립운동가인 육사의 삶과 관계 있는 시어로 `눈`과 `매화 향기`를 들 수 있는데 `눈`은 시련이고 `매화 향기`는 희망을 주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파악될 수 있다. 이 시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시적 화자가 보여주는 강인한 지사적 의지와 삶의 자세다. 따라서 시상이 집중되는 부분은 4연이하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광막한 공간과 아득한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그 속에 위치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며, 나아가 실천적 행위로 이어질 화자의 윤리적 결단을 예비하는 것이며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