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목청을 돋우어 장판 사라고 외치다가, 그것도 그만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연못 속의 금붕어가 어쨌다는 그런 노래였는데 너무 구슬프게 들려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다가, 여기도 또한 거리의 악사(樂士)가 있구나 하고,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진짜로 예술가(藝術家)인지 모르겠다는 묘한 생각을 하다가, 그 노파는 윗마을로 가고 나는 가매못 곁에 와서 우두커니 낚시질을 하고 있는 아이들 옆에 서서 구경을 한다. 부평초가 가득히 깔려 있는 호수(湖水)에 바람이 불어 그 부평초가 나부끼고 연꽃 비슷하기는 하나 아주 작고 노오란 빛깔의 꽃이 흔들린다.
`이게 무슨 꽃이죠?`
하고 물었더니 고기를 낚아 올리던 청년이,
`말꽃이라 하지요.`
`말꽃…….`
가련한 꽃이름이 말꽃, 어쩐지 잘못된 것 같아 꽃에 대하여 미안한 생각이 드는데,
`저저, 선생님.`
하고 누가 뒤에서 부른다. 여기서 나를 부를 사람은 없다. 이십 년 세월이 지나 이제 이 고장은 낯설고 남의 땅만 같고, 그래서 일 생각만 잊는다면, 나는 외로움이 행복스럽게 될 수 있는 기분인데,
`저, 선생님.`
나는 하는 수 없이 돌아보았다. 여학생이,
`저, 박 선생님 아니어요?`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나를 알 사람이 있을 턱이 없다. 더욱이 이런 소녀는.
`그렇지만 어떻게 나를?`
`저 책에서 봤어요. 사진으로요.`
나는 아차! 싶었다. 그리고 나를 알아 주어서 고마운 마음보다 나를 의식하게 하는 번거로움에 짜증스런 마음이 앞섰다. 얼마나 좋은 시간인가. 그 시간을 그 소녀는 찢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곳 여학교에 다니느냐고 소녀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도 이 곳 여학교를 옛날에 다녔노라고 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중학을 나와서 고등 간호 학교에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