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김춘수의 초기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사학은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은유는 A=B가 되는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즉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동일성을 지닐 때 은유는 성립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시 속에서 은유를 형성하고 있는 이미지나 언어들이 서로 등가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의 시를 살펴본다면 이 시는 철저하게 은유적 구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시의 주된 표현 대상으로서의 ‘임’을 표현하기 위해 자아는 구름과 장미를 가져오는데,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적 구조 속에서 등가성을 지닌 요소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임’을 가졌지만, 시적 자아에게 그 ‘임’은 임 자체로 오는 것이 아니라 ‘구름’이나 ‘장미’가 되어서 온다. 임이 구름이나 장미가 된다는 것은 임과 구름 또는 장미가 의미상 등가를 이룬다는 말이 된다. 즉 구름이나 장미는 임을 표현하기 위한 또다른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임 = 구름, 장미’가 되는데, 이것이 임을 구름이나 장미와 동일시하는 은유의 세계이다. 임을 기다리는 날은 하늘만 한 하염없는 날들이지만, 그 날들조차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은유의 미학이다. 눈뜨면 물위에 비치는 구름으로 임을 그리고, 밤엔 장미를 통해 임을 느끼는 것이다.이러한 은유의 세계는 물활론적 세계와 결합하기도 한다. 은유가 자아와 대상과의 일체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사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세계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며, 이것이 전통적 서정시의 중요한 방법적 도구가 되어왔던 것이다.
늪을 지키고 섰는
저 수양버들에는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거머리 같은 것,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저마다 하나씩
슬픈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