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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어느 날 저녁, 밤 열두 시에 돌아온다는 맏딸을 언제나처럼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조용하고 썰렁한 집안에는 은행에서 은퇴한 늙은 주인, 며느리 정애, 그리고 막내딸 영희가 소파에 앉아 있다.
어디서 꽝당꽝당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정애는 이 집 맏딸의 시사촌 동생인 선재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상기시킨다. 선재는 죽은 영희 어머니가 몹시 아낀 청년이다. 마침 이층에서 내려온 성식은 왜들 그러고 앉아 있느냐고 가시 돋친 말을 한다. 바짝 야윈, 파자마 차림의 오빠를 영희가 비꼰다.
술에 만취된 선재가 들어오자 영희가 그를 부축하고 올라가고 성식도 이층으로 올라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정애는 까닭 없이 불안해지고 갑자기 조급해지는 것을 느낀다. 영희는 선재가 쓰는 초라한 방에서 선재의 품에 안기어 쇠망치 소리를 혼자 감당하기 힘들고 무섭다고 말한다. 그녀는 오빠의 방을 찾아가서 지금 막 결혼을 했다고 이야기하나 성식이 물끄러미 천장만 쳐다볼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영희는 쓰디쓴 웃음을 보인다.
점점 열두 시는 가까워지고 늙은 주인은 푸념을 하는 어린애처럼 코의 사마귀를 만지면서 두리번거린다. 그 순간, 시계가 열두 시를 치고, 모두의 시선이 시계와 노인의 얼굴로 향하는데, 복도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기묘한 웃음을 떤 식모가 나타나 변소에 갔었다고 말한다. 영희는 식모를 가리키면서 언니가 정말 왔다고 소리친다. 아버지는 영희의 부축을 받으면서 허공에 대고 허우적거린다.
꽝당꽝당 하는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는 온밤 내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