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사도행전 21장 26절. 이 구절에서는 결례(성결 예식)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바울은 장로들의 충고를 따라 성결 예식을 행하고 성전에 들어가 성결 기간이 차서 제물을 바치게 될 날을 보고한다. 개역은 마치 성결 기간이 만기된 것인양 잘못 번역하였다 (“바울이 이 사람들을 데리고 이튿날 저희와 함께 결례를 행하고 성전에 들어가서 각 사람을 위하여 제사 드릴 때까지의 결례의 만기 된것을 고하니라”). 그러나 이 날은 성결 기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리고 바울이 보고한 내용은 앞으로 언제 그 기간이 끝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기간은 21:27에서 밝힌대로 7일이다.
개역에 나타난 오역은 나실인의 제도에 대하여 잘 이해하지 못한데서 연유했다고 보여진다. 나실인의 성결 예식에 대하여는 민수기 6:1-21에 기록되어 있다. 한편 표준 새번역은 비록 여기서 바울이 보고한 날자를 ‘정결 기한이 차는 날짜’로 제대로 보긴 하였지만, “정결 기한이 차는 날짜와 각 사람을 위해서 예물을 바칠 날자를 신고하였다”라고 두 문구를 연결함으로써 좀 미흡한 점을 보인다. 필자는 “정결 기한이 차서 각 사람을 위해서 예물을 바쳐야 하는 날짜를 신고하였다”라는 번역을 제안한다.
글마다 흐름이 있다. 글 안에 흐르는 맥을 가리켜 문맥이라고 한다. 어떠한 글이든간에 그 내용을 십분 이해하려면 문맥을 파악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문맥은 글 안에 있는 어휘의 최종적인 의미를 결정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동일한 낱말이나 표현이 어떠한 문맥 속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서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모든 글에 있어서 이처럼 중요한 문맥을 번역자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는 이미 번역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번역자는 한 문장 또는 한 문단 등으로 구성되는 짧은 문맥 뿐 아니라, 늘 글의 전체 문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