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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벗이여! 알 수 없는 약속과 위협을 가지고 새해는 우리들을 맞아 주었다.
지금은 새해의 한밤중, 이 시간은 우리들이 언제나 생활하고 있는 시간과 조금도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제전(祭典)처럼 축하하고, 그것도 엄숙한 제전으로서 축하하고 있다. 이렇게 축하한다는 것은 올바른 것이다. 왜냐 하면, 한 시간이나마 속된 일상 생활에서 물러나서 반성, 자기 비판, 청산이나 명상의 기회를 얻는 다는 것은 소란스럽고 빈곤한 생활에 있어서 혜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은 유수처럼 흐르고 인생은 허무하며, 인간의 사업이란 무상하기 짝이 없다. 그 점을 생각해 볼 때, 가령 슬픔에 잠겨서 고민하든지, 또는 대담무쌍하게 기쁨에 날뛰며 생각하든지 간에 그것은 우리들에게 정화(淨化)와 시련을 준다. 그것은 오늘날 이러한 혼란 속에서 마치 음차(音叉)를 때려 진동시킬 때처럼 용서없이 맑고 쟁쟁하게 울릴 것이다. 동시에 우리들 마음은 깨끗한 마음의 속삭임을 통해서 우리들이 얼마나 세계의 조화를 위하여 지켜야 할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가끔 음차를 울린다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그 소리를 듣고 우리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자존심을 손상당하는 것도 역시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 맞이하는 즐겁고, 아직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은 새해는 특별히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투와 파괴의 긴 세월이 흐른 다음,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해의 밤이 우리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들은 지금 ‘평화’라는 말을 아직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한다. 또, 물론 우리들은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정온(靜穩)에 대해서 불신을 가득 품고 있다. 그러나 이 평화의 허무성과 위험성에 대한 우리들의 모든 불신과 우려는 세계와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