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런데 만약 한 사람의 유력한 조력자가 일을 잘 진행시켜 주지 않았다면 나는 얼토당토않은 어릿광대의 역을 연출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이 보는 노녀(老女) 라몬시카로서, 그녀는 돈 그레고리오의 먼 친척이 되며, 가정부로 들어가서 자기가 기른 이사베리타를 진심으로 귀여워해 온 여자입니다. 그녀는 도냐 푸와나가 딸에게 못되게 구는 한편, 더욱 지금까지 자기가 돌봐 주던 일까지 못 하게 했기 때문에 그녀는 도냐 푸와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우연히 라몬시카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그녀의 입에서 이사베리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얌전하고 지나치게 수줍은 이사베리타에게는 분명히 애인으로서 내게 편지를 쓴다든가, 만나려고 하면 할 수 있다 해도 아버지나 계모의 동의 없이 창 밖과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도 애써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나는 이사베리타와 어떻게 창을 사이에 두고라도 둘이 만날 수 없을까 하고 라몬시카에게 부탁해 보았습니다만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사베리타는 구석진 방에 있기 때문에 그 곳을 나오려면 아무래도 도냐 푸와나의 침실을 지나지 않으면 안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열쇠를 얻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그 열쇠는 침실의 문을 잠그고 나서 도냐 푸와나가 제 손으로 간직하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만 저는 단념하지 않습니다. 희망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라몬시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며 아무튼 도냐푸와나를 한 번 되게 혼내 주려고 작심한 여자입니다. 저는 라몬시카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