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눈은 부드러운 온갖 형태를 빚어 냈다. 그것은 봄이면 철둑밑 구름 다리로 쏟아져 내려갈 굽이치는 개울 바닥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지금은 물오리 솜털 속에 머리를 파묻고 요람 속에 누운 아기처럼 눈 속에 잠겨 있었다.
언덕 위의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토지 위원회가 차지해서 빈 채로 그냥 폐허가 되어 가고 있는지 지바고는 궁금하게 생각했다. 한때 저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해외로 도피를 했을까? 아니면 농민들에게 죽음을 당했으려나? 아니면 호감을 사서 기술자로 어느 지역에 정착하도록 허락을 받았을까? 만일 그냥 남아 있었다면, 스트레니코프가 그들을 살려 두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부농들과 같은 운명을 맞았을까?
그 집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구슬픈 침묵을 지키기만 했다. 요즈음에는 질문을 하면 안 되었고, 대답을 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거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밝은 태양이 순수한 흰 빛깔 위에서 반짝였다. 매끄러운 표면을 삽이 정말로 산뜻하게 자르고 들어갔다. 삽질을 할 때마다 파삭파삭하고 찬란한 다이아몬드처럼 눈이 담겨 나왔다. 그는 어렸을 적에 집에서 누빈 고깔모자를 쓰고 고리로 잡아 맨 검은 양가죽 옷을 입고 곱슬곱슬한 양털로 눈 가를 가린 채 눈부신 눈을 잘라 육면체와 삼각추, 파삭 과자, 성벽, 혈거인들의 도시를 만들던 시절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먼 옛날의 삶은 풍취가 있었고, 보고 먹는 모든 것이 축제 같았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사흘도 축제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럴만도 했다! 밤이면 일꾼들은 누구의 명령으로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따뜻하고 신선한 빵덩어리들을 받았다. 꼭대기는 매끈거리고, 옆이 갈라지고, 바닥에는 숯 조각들이 박혀 있는 그 빵은 파삭파삭하고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