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설씨녀는 매우 기뻐하여 안으로 들어가서 이를 알리니, 그 아버지는 가실을 불러 보고 말하기를,
“듣건대 그대가 늙은 내가 가는 것을 대신한다 하니, 기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네. 그대의 소원대로 은혜를 갚을 생각이다. 만약 그대가 어리석고 누추하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면, 내 어린 딸을 아내로 맞으면 어떻겠는가?”
하니 가실은 두 번 절을 하며 말하기를,
“감히 바라지 못한 일이오나 그것은 저의 소원입니다.”
하였다. 이에 가실은 물러나와 혼기(婚期)를 청하니, 설씨녀는 말하기를,
“혼인이란 인륜 대사(人倫大事)이므로 창촐히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이미 마음을 허락하였으므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어기지 않을 것이오니, 원컨대 그대는 방어하는 곳으로 나갔다가 교대하고 돌아온 후, 날을 가려서 성례하더라도 늦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그리고 곧 거울을 꺼내어 반을 갈라서 각각 한 조각씩을 나눠 가지며 말하기를,
“이것을 신표로 하는 것이오니 뒷날에는 마땅히 이를 합치기로 합시다.”
하였다.
가실에겐 애마 한 필이 있었는데, 설씨녀에게 말하기를,
“이는 천하에 드문 양마(良馬)로 뒷날에 반드시 쓸 데가 있을 것이오. 지금 내가 간 다음에는 기를 사람이 없으니, 청컨대 이 말을 맡아서 길러 주시오.”
하고 작별한 다음 곧 목적지로 향하였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연고가 있어 사람을 뽑아 보내어 교대시키지 못하였으므로, 가실은 6년이나 머물러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이에 설씨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말하기를 처음 가실은 3년을 기약하였는데 이미 그 날짜가 넘은 지금도 돌아오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야 되겠다고 하였다. 설씨녀는 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