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한 모퉁이를 들어섰을 때 웬 상주가 붙들리었다. 다짜고짜로 방립(方笠)을 벗기고 왼손 오른손 번갈아 볼따귀를 갈기며 욕지거리를 해 붙였다.
“남의 마수에 와서 돈도 안 내고 술을 마시고는 게다가 욕까지 하니 무슨 버릇이야, 이런 자는 심상하게 다뤄선 안 되지.”
하고는 상복을 벗겨가지고 방립과 함께 옆에 끼고 갔다.
이 상주는 다름아닌 벼슬아치 양반이었다. 큰집 기제(忌祭)에 참례하고 파제(罷祭) 후에 단신으로 귀가하다가 뜻밖에 망칙한 변을 당한 것이다. 빰이 얼얼할 뿐 아니라 분기(憤氣)가 탱천(撑天)하여 다시 큰집으로 들어갔다. 온 집안이 대경(大驚)하여 어찌된 영문인가를 물었다.
“엉겁결에 어떤 놈이 돌출하여 약차약차 합디다.”
모두들,
“술장수놈 소행이 틀림없다.”
하고 하인을 다수 발동하여 방립과 상복을 찾고 술장수를 잡아왔다.
우선 단단히 분풀이를 하고 날이 밝자 형조(形曹)로 이송했다. 형조에서 법에 의거해 귀양을 보내니, 저간에 난 비용이 불소하고, 술 역시 한 잔 마시는 이 없어 이로 말미암아 가산을 탕진한 것이다.
▶ 핵심 정리
갈래 : 설화
주제 : 권선징악(勸善懲惡)
출전 : <성수패설(醒睡稗說)>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조선조 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그 편자나 편찬 연대를 자세히 알 수 없는 ‘성수패설(醒睡稗說)’이라는 책 속에 ‘매사종관(每事從寬)’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전하는 일종의 설화적 성격이 짙은 글이다. ‘매사종관(每事從寬)’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술장수도 마음씨가 좋은 사람은 잘될 수 있고, 마음씨가 나쁜 사람은 망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본문 중에 탁주 장수가 남대문 안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과 선혜청 사령이 비싼 값을 치르고 술집을 인수했다는 것 등을 볼 때, 늦어도 장시(場市)가 점차 발달하기 시작했던 조선 중기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