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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금율의 기본 전제: 자기애 혹은 자존감
황금율에서 규정되는 대로 자신에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을 대해주는 일은 먼저 자신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좋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타인이 자신을 임의로 무시하고 학대하는 것에 아무런 저항감도 갖지 않는 사람에게는 황금율이 개인의 주관적 선호에 좌우되지 않는 윤리적 지침으로서의 역할 내지 심성적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황금율을 자신을 향한 그러한 주관적 기대 수준에 비추어 해석함으로써 타인을 향한 부당한 대우의 방식을 정당화하고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황금율은 각자의 주관적인 기대 수준에 의거해서 설정된 준칙에 불과하며 따라서 당위적 원리가 되지 못한다고 볼 만하다. 문자를 따라서 풀이한다면, 황금율이 기반적인 도덕 원리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바라는 대로’라고 표현된 부분을 ‘바라야만 하는 대로’라고 고쳐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황금율이 선포되는 상식의 생활 공간 속에서 그것이 지닌 정신을 추적한다면, 그러니까 황금율이 실질적인 도덕 원리로 작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인간학적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그것이 진정한 自己愛(self-love), 혹은 自尊感(self-respect)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타인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롤즈는 그의 <정의론>에서 이러한 자존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其本善임을 거듭 말하고 있다. 존 롤즈, 사회 정의론: 3부 목적론, 황경식 역, 서광사, 1979, p.64 참조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 사랑 혹은 자존감은 무엇인가? 롤즈는 자존감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의 책, pp. 6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