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내가 한가한 날에 진·당의 고금의 시들을 읽으니 그 가운데 아름다운 시구들은 사람의 가슴 속에 품은 일을 남김없이 설명하였고, 눈앞의 모든 경물들을 신기하게 표현하였다. 그러나 조용한 곳에 편안히 앉아서 밝은 창 아래 깨끗한 책상을 펼쳐놓고 향을 피워서 온갖 생각들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라앉는 환경이 아니라면, 훌륭한 시구의 좋은 의취는 보이지 않을 것이며, 그윽하고 아름다운 정취도 생각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곧 회화에 있어서 중요한 정취도 마찬가지일 터이니 어찌 그 정취가 쉽게 얻어지겠는가? 환경의 분위기가 이미 익숙하고 마음과 손이 서로 잘 어우러져야 비로 자유자재로 법도에 맞고 전후좌우가 근원에 맞게 제대로 그려지게 된다. 세이들은 대체로 생각나는 대로, 감정에 이끌리는 대로 처리하면서 편하게 이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畵意>
내외의 올바른 수양
「숭산(崇山)은 아름다운 시내가 많고 화산(華山)은 아름다운 봉우리가 많다.--- 기이하게 우뚝 솟고 영묘하게 빼어났으니 그 절묘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 조화를 터득하고자 한다면 산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 극진한 것이 없으며 부지런히 실컷 유력하고, 실컷 보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렇게 되면 산수의 모양이 마음 속에 또렷하게 늘어서서 눈앞에 흰 명주가 보이지 않고 손은 필묵이 잡혀 있는지 알지 못하니, 산수의 뚜렷하면서도 넓고 아득하게 아롱아롱한 광경이 눈과 마음 속에 거침없이 떠올라서 내 그림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오늘날 세상의 화가들은 우선 수양하는 바가 충분하지 않고 이것을 관람하는 바가 익숙하지 못했으며, 이것을 경험하는 바가 풍부하지 않고 이것을 취하는 바가 정밀하고 순수하지도 못하면서 종이를 얻거나 비어있는 벽이 있으면 수묵으로 서둘러 그려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