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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의 종말?
다가오는 세기의 인류 문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무엇이 인간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 한국 사회와 문화는 그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이며 종교는 어떠한 문제에 봉착할 것인가?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해 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누가 구 소련연방의 해체를 예측했겠으며 독일의 통일을 예견했겠는가? 하지만 역사적 존재인 인간은 항시 미래에 대한 예측과 기대, 기획과 희망 가운데서 현재를 결단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부단히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미래를 진단하고 꿈꾸는 것 자체가 현재를 사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활동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세기와 천년을 코앞에 둔 1999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가 처한 역사적 상황을 거시적 안목으로 점검해 보고자 하는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다.
1999라는 숫자 자체가 우리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흥분을 주기에 충분하며, 동시에 우리가 대처하기 어려운 어떤 미증유의 대변화를 몰고 올 듯한 불안감도 안겨준다. 생각해보면 1999년이라 해서 1998년과 특별히 다를 이유가 없고 2000년이라 해서 1999년과 다를 리가 없다. 역사에는 비약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엄청난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해도 그 씨앗은 우리가 알건 모르건 이미 뿌려져 있는 것이다. 2000년을 맞이한다 해서 공연히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1999년은 단순히 그 숫자적 특이성만으로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은 아니다.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 불리는 I. M. F.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그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국운의 상승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점이 1999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