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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론
① 관점의 전환
빨간색 유리의 안경을 쓰면 세상은 빨간색으로 보인다. 노란색 안경을 쓰면 세상은 모두 노란색으로 보인다. 그런 경우에 우리는 세상이 빨갛거나 노랗게 보이는 원인을 세상 안에서 찾을 수 없다. 세상이 그런 색으로 보이는 것은 안경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이 왜 그런 색인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안경알의 구조와 원리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 안에 존재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의식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의식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원리로 인해서 우리는 우리 나름의 지식을 갖는 것이다.
칸트 이전의 철학자들은 사건의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를 세계 안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세계 안에서는 필연적인 원인이나 결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것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경험론자들은 필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연적인 지식은 세계 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절대로 필연적인 지식을 가질 수 없다. 특히 흄은 우리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하는 지식은, 사실 많은 경험을 통해 습관화 된 지식으로서 경험한 것만큼 확률이 높은 지식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는 필연적인 지식은 가질 수 없고, 확률적(確率的)인 지식, 개연적(蓋然的)인 지식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는 `똑같은 유리창에 같은 돌을 던질 때, 이 유리창이 깨지고 저 유리창이 깨진다면, 그 옆의 유리창도 반드시 깨질 것이다`라고 추론한다. 이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흄에 의하면 이와 같은 결론은 필연적(必然的)으로 참인 지식은 아니다. 유리창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그런 경험을 많이 했고 그래서 깨질 것이라는 습관에 물든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