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명륜당 들렀다 올께.”
명륜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오는 것이 만우 씨의 아침 산보인 셈이었다. 아침 산보라고 해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한 달에 네댓 번 나가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명륜당은 성균관 대학이 방학이라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만우 씨는 서너 아름은 됨직한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고풍스런 명륜당 기와지붕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 고교 백일장이 해마다 열리던 명륜당 뜰이었다. 만우 씨는 금천 지역 고등학교 대표로 여기까지 올라와 백일장에 참가하곤 했다. 1,2학년 때는 입선에도 들지 못하고 계속 떨어지다가 3학년 때 입상을 하기도 했다. 차상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상을 사모관대를 쓴 유생 차림으로 받았는데, 그 때 산문부 백일장 제목이 ‘손’이었다. 만우 씨는 그 제목을 받고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였다. 그러다가 저기 숲 그늘에 앉아서 원고지를 메우고 있는 한 여학생의 손을 보고는 영감이 떠올라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의 섬섬옥수를 보고, 만우 씨는 희한하게도 김천 근방 황악산 자락에 있는 직지사 부처들의 손을 떠올렸다. 직지(直指)라는 절 이름도 손과 관련이 있었다.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묵호자가 세웠다는 절인데, 그 후 능여대사…
명륜당은 성균관 대학이 방학이라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만우 씨는 서너 아름은 됨직한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고풍스런 명륜당 기와지붕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 고교 백일장이 해마다 열리던 명륜당 뜰이었다. 만우 씨는 금천 지역 고등학교 대표로 여기까지 올라와 백일장에 참가하곤 했다. 1,2학년 때는 입선에도 들지 못하고 계속 떨어지다가 3학년 때 입상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