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 상황은 과잉생산으로부터 온다고 필자는 본다. 한 해에 2000만 명이 굶어죽고 있는 현실에서도, 많은 문명국에서 생산된 식용가능한 식품들은 (식용이 아닌) 애완용으로 기르는 개의 먹이가 되고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 처분되고 있다. 개를 식용으로 먹는 나라들에 대해서 야만인 운운하면서, 애완용 개를 위한 식품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엄청난 먹거리를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 단순히 자본주의 비판쯤으로는 우리 시대의 산적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제는 단순히 자본주의 비판에서 벗어나 20세기 인류의 문명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이윤 창출이 최대의 목표인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상품을 생산해내고, 필요한 것 이상을 구매하게끔 소비자들을 자극한다. 이를 위해서 자본가들은 몇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첫째, 계절별로 신상품을 개발하여 유행을 창출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멀쩡한 제품들을 시대에 뒤쳐진 구닥다리 제품이 되게 만든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유행이 지나서 장롱 속에 깊숙이 처박혀있는 옷들이 주체를 할 수 없을 만큼 있다. 남을 주자니 아깝고, 입자니 유행에 뒤쳐진 것 같아 입지는 못하고 사장되어 있는 멀쩡한 옷들은, 이사할 때마다 골칫거리다. 그런데도 계절별로 신상품이 나오고, 그 상품의 광고에 솔깃해서 또 한 벌씩 구매를 한다. 이런 모순과 낭비(?)가 왜ㆍ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 것일까?
상품은 ‘사용가치’와 ‘기호가치’가 결합되어있다. 사용가치란 상품의 본래적인 용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옷의 경우에는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사용가치에 해당한다. 기호가치란 특정 상품에 부가되어있는 것으로, 그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ㆍ명예ㆍ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으로서 기능하며 ‘신분적 차이표시기호’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