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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 대 정체성
`근대`(Modern)라는 단어는 극히 애매모호한 말이다. 그것은 과거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시대나 현재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간대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며, 특수한 상황과 사고 방식 및 태도와 관련된 용어이기도 하다.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는 하나의 용어는 개념적으로 명료해야 하고 의미의 범위가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근대란 말은 워낙 다의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저마다 다른 뜻으로 말하기 일쑤이다. 여기에 근대화(Modernization), 근대성(Modernity), 근대주의(Modernism)이라는 용어까지 결부되면 더욱 어려워진다. 압축적 근대화라는 특수한 역사적 경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던을 `근대`로 번역해 불러야 할 지 혹은 `현대`로 불러야 할 지 조차 제대로 합의가 안된 상태이다. `근대`나 `현대` 모두 그렇게 번역되어 불릴만한 충분히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의 차이에 따라, 혹은 맥락에 따라 편의적으로 불리고 있는 형편이다. 근대화/현대화, 근대성/현대성, 근대주의/현대주의, 근대건축/현대건축 등등. 그래서 워낙 애매한 말인 근대가 우리에게는 더욱 복잡하고 모호한 용어이다. 서구의 근대와는 전혀 다른 의미 연관성을 지닌, 그야말로 문제적인 어휘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모던이 근대로 불리건 현대로 불리건 그 말은 항상 `서구`를 내포하고 있다. 즉 서구를 의식하지 않고서 모던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서구인이 보는 근대와 우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구인들에게 근대(화)는 자기 역사에서 생겨난 것이면서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인 개념(과정)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그것이 누구의 것인가하는 질문은, 적어도 겉으로는, 낯선 것이다. 우리에게 근대의 기원은 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