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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Ⅱ
한국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한국문화를 알리고,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문화답사를 가기로 하였다. 내용은 대충 정해졌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재정이 부족하였다. 그 때 마침 어떤 재단에서 프로젝트를 공모하였고, 주저없이 신청하였다. 다행히 채택이 되었다. 행사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발송하고 직접 기자에게 전화도 하여 취재를 의뢰하기 시작하였다. 외부에 알려진 대로 참여 숫자를 맞추기 위해 토요일에 늦게까지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공장 사장에게 양해를 구하는 전화까지 해야 했다. 실제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 보다도 외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수박 겉\핡기 식으로 우리의 문화는 어러쿵 저러쿵 떠들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들에게 필요한 자유로운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고, 그저 스케줄에 따라 제대로 움직여 주면 고마울 따름이었다.
시민단체의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우선 가장 먼저 닥치는 문제가 재정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항상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무언가 일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시민단체의 정체성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심정으로 외부 프로젝트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도 제때에 할 수 없다는 측면과 운동의 독자성과 순수성의 문제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