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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생명공학기술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 자신만 해도 신체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지만,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달라졌다. 이는 뭐니뭐니해도 과학 때문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의 질에 관한 논의나 사회발전, 미래설계에 관한 논의는 과학기술발전과 분리해서는 결코 논의할 수 없게 돼가고 있다. 과학은 우리 인간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법, 교육, 대중매체, 혼인 및 가족생활, 성관계 전반에 일대 변화를 가져 왔다. 과학은 우리의 인식과 가치관도 바꾸어 놓았다. 삶과 죽음에 관한 우리의 세계관이나, 자유, 권리, 존엄, 의무와 같은 관념에 대한 이해도 과학의 영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로부터 과학지식은 응용ㆍ보급됨으로써 우리 생활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다. 그러기에 과학이 인간과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놀라운 충격은 금세기 후반부에 들어 과학이 우리 인간의 인식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속도가 업청나게 빨라졌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다이옥신 쇠고기 파동은 당장 그 나라의 수상을 갈아치우고 각종 경제지표에 변화를 가져 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쇠고기소비량까지 당장 줄어들게 만들었다. 일찌기 식품통조림기법이 발명된 이래 그 아이디어가 가공산업으로 넘어가 우리 식사습관을 바꾸기까지 한세기가 걸렸다면, 유전자재조합연구가 인슐린주사제를 만들어 당뇨병환자를 치료하는 데까지는 불과 몇년도 안걸렸다.
오늘날 인간과 사회를 바꾸는 위력적인 과학기술의 대명사는 단연 생명공학이다. 생명공학이니 유전공학이니 하는 말은 일반대중들이 그 의미와 실체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이제 일상용어가 되다시피 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