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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직장을 선호하고, 유식자들도 재벌을 매도하면서도 은근히 그들로부터의 접근을 기대하며,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공개적으로는 재벌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그들로부터 현재와 장래에 걸친 지원을 기대한다. 즉 한국에서 재벌에 관한 평가와 입장은 이율배반·자가당착·표리부동 등 모순과 갈등으로 대변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자세는 비민주적 정치와 폐쇄적 경제하에서 그런대로 지속될 수 있었지만 정치적이건 경제적이건 힘의 집중과 행사가 공개적으로 감시·견제되고 경쟁과 개방이 경제를 규정하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한국경제를 특징지어 왔던 재벌문제를 본질적으로 재조명한 위에 합리적인 재벌정책을 전개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장래를 위한 핵심적인 과제이다.
재벌은 “각각의 개별시장에서 독점 내지 과점적 지위를 갖는 다수의 대규모 기업들이 자본적 연결을 통하여 동일인에 집중된 소유와 지배하에 있게 됨으로써 총체적 경제력을 보유·행사할 수 있는 기업집단”으로 파악할 수 있다.(재벌을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이라고 하나 아래에서는 재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참고로 재벌과 기업집단이라는 용어가 일본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재벌이 문제가 되는 근본이유는 소수의 사적 경제주체가 일국의 경제적 자원과 활동의 주요부분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집중적으로 보유·행사함에 따라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쟁적 시장경제체제의 작동을 저해하여 국가적 그리고 때로는 국제적 차원의 부정적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상위 30대재벌이 광공업부문의 출하액·부가가치·유형고정자산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1980년대의 35%수준에서 최근에는 40%수준으로 높아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