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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생적 근대화론과 오리엔탈리즘의 극복이라는 명제를 지나치게 염두에 둔 나머지, 구체적인 설명도 부족하게 제시한 채 추상적으로만 임화의 신문학사를 이식과 창조의 변증법이 구현된 모범적인 사례로 규정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견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임화가 실상 이식에만 집착한 것도 일방적인 전통 단절만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고 하면서, 문학이라는 의미의 단절과 사회적 장의 전도 현상에 더욱 주목했다는 나병철의 소론 나병철, “한국 문학 근대성 논의의 성과와 전망”,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소명출판, 1999), 411쪽.
이 그것이다. 그에 의하면, 임화가 근대 문학이라는 용어 대신 신문학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데에는 문학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 대신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는 과정의 인식론적 단절이 전제되어 있다. 물론 그 계기는 서구 문학의 유입이었는데, 그것이 들어온 이후 새로이 형성된 신문학과 한문학, 민중 문학 등 복수의 담론들이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결과적으로 신문학이 주도적인 근대 문학으로 자리잡게 된다. 나병철은 이처럼 서구적 근대가 주체화되고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그 추동력이 다른 세력과 충동을 억압한 면을 간과한 데 임화의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서구와 전통이라는 근대성 내부의 두 가지 서로 다른 기원을 중심으로 하여 근대성의 개념을 역동적이고 미결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러한 견해는 지금까지 ‘이식과 전통’이라는 이항 대립 중 어느 하나에 편향되곤 했던 우리 문학의 근대성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병철 역시 신문학사의 성격을 서구적 근대가 주체화되고 토착화된 것으로서의 근대성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선언적으로 규정하면서, 임화가 이식과 모방 못지 않게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강조하였고 이식이라는 말은 단지 전통을 계승한 신문학의 ‘기원’을 말하기 위해 언급했다고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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