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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제의 물화과정은 궁극적으로 관료조직이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럼으로써 인간에 의해 재구성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상실케 한다. 물화된 관료조직은 고객들을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사건으로 간주한다. 사건들이란 사람들이 서비스의 대상으로 고려되기에 앞서 관료제가 대상화하는 데 필요로 하는 인위적 구성물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관료제적 환경에서는 대면적 만남이 없고, 비인간적 관계가 보다 일반화되어 버린다(전종섭 1991, 232).
관료조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행정가들의 매너리즘이나 행위에 대한 무책임성도 관료제의 물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무책임한 행정행위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부인하거나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의 과정에서 발생한다. 매너리즘과 무책임성의 상반된 개념인 적극적 성찰성, 책임성은 단순히 결과로서 표현되는 규칙이나 기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가들의 포괄적인 도덕성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지향하는 능동적인 의식의 흐름을 인식하고 행위로서 외화할 수 있는 의미세계의 문제인 것이다. 행위가 규칙이나 혹은 상황적 제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지각할 때 자신의 행위에 대한 행정가의 개인적 책임감은 증발되고, 문제의 정의는 선입견으로 또는 자의적인 의미의 범주로 억지로 짜 맞추어진다(Harmon 1995, 200).
그래서 관료제의 대표적 병리현상인 번문욕례나 수단과 목표의 전치, 동조과잉, 전문화에 의한 무능력, 할거주의, 인격적 관계의 상실, 무사안일주의, 경직성, 복지부동 등은 그 바탕에 관료조직의 물화현상이 근본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물화의 다양한 표현양식임을 알 수 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행위자들이 표준화된 해결책의 판에 박힌 적용을 배제하는 맥락과 그러한 맥락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열려있는가는 곧 조직의 물화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