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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상의 전통 속에서 조선시대의 도학은 기본 줄기에 해당하고, 조선시대 도학의 철학 영역인 성리학의 정립에서 퇴계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송대 도학이 조선왕조의 창업(1392)과 더불어 국가의 정통 이념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 도학이 철학적으로 한국화한 것은 200년이 지나 퇴계 이황(1501~1570)의 출현을 기다려야 했다. 조선시대 도학은 퇴계에 이르러 비로소 독자적인 하나의 학파를 형성하게 되었고, 자신의 철학적 쟁점을 본격적으로 개척하여 심화할 수 있었으며, 광범하게 확산시키고 새로운 수준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퇴계의 사상과 이를 계승한 퇴계 학파의 학문으로서 퇴계학은 한국유교사상의 전통 속에 파생한 여러 다양한 학파들의 선하를 열었으며, 한국사상의 영혼을 불어넣는 깊은 철학적 세계를 개척하였다. 퇴계의 시대 이후로 한말,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3백년 이상을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으며 발전하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대 이후 국권을 상실당하는 역사적 시련을 겪고 전통 문화가 파괴당하는 근대화 과정의 사상적 단절을 겪으면서, 전통의 도학정신은 역사를 이끌어 가던 힘이 쇠잔해지고 말았다. 더구나 한 시대가 서구 문화에 매몰되면서 퇴계학은 우리의 관심과 이해로부터 깊은 망각의 늪에 빠졌던 것이다.-92-
그러나 한 민족의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미래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 사이에 퇴계학은 혹은 전통 사상으로서 혹은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자원으로서 새로운 관심을 조명받게 되고 활발한 연구가 다시금 일어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이다. 오늘의 시점이 지닌 의미는 바로 한동안 진보와 성장의 장애로 배제되었던 전통 사상이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창조적 기반이요 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