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채플린이 도전하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있다. 이것은 바로 이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모던’이라는 단어에 대한 것이다. 모더니즘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조국 근대화’의 기치 하에 근대성을 미화하여 아름다운 내포적 의미를 갖도록 교육되었을까? 마을 뒷산의 나무가 베이고 공장이 들어서 거대한 굴뚝에서 시꺼먼 연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 우리는 선진화된 조국의 모습을 설레는 가슴에 담고 바라보았다. 이 근대성이 가져다 준 우리 삶의 변화는 무엇인가? 분명히 1900년의 우리의 할아버지의 물질적인 삶의 모습은 그들의 손자인 우리들보다는 고구려 시대의 선조들의 삶의 모습에 더욱 가까웠을 것이다. 이토록 급격하게 바뀌어진 근대화된 우리의 삶의 모습을 채플린의 축 처진 어깨에서 발견한다면 ‘근대’의 찬미가 무지개를 좇았던 어린아이의 꿈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찬미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모던 타임즈」라는 제목을 통하여 채플린은 암울한 시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채플린의 영화에는 야누스의 얼굴을 한 국가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나는 폭력기구로서의 국가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국가의 얼굴을 한 국가이다. 대공황 당시의 노동운동을 폭력을 이용하여 탄압하는 국가는 붉은 깃발을 들고 가는(흑백영화였지만 분명히 붉은 색이었을 것이다) 채플린을 곤봉으로 몰아 감옥으로 처넣는다. 이때 국가가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모든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국가는 반자본주의적 요소를 제거하며 자본가가 이윤을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집행한다. 자본주의 시장이 실패하게 되면 국가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경제 하부구조에 설비투자를 하여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고, 자본을 축적하도록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