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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공립보통학교를 거쳐 수재들만 모인다는 대구사범학교 심상과를 입학한다. 학생들의 사상 문제로 항상 시끄러웠던 학교로, 일인들의 감시가 심했던 곳이었다고. 이때 사상 문제로 고민하던 청년 종길은 혼자서 글짓기·독서·동서양 시, 그 중에서도 폴 발레리를 특히 공부한다. 무척 난해했지만, 일역본 발레리 전집을 독파하기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에 눈을 뜬 것이다. \줁43년에는 사범 동기생 이근우·이상한 등과 동인지 《은하대》를 만들고, 졸업한 뒤 안동 서부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해방을 맞이한 그 해 11월, 현 동국대학교인 혜화전문 문과에 입학한다. 그 곳에서 국보라는 무애 양주동·이하윤·김광섭·변영로 선생 등, 당대 최고인 학자들에게 배운다. 무애 선생은 강의 도중, 온통 백묵가루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열강하셨고, 한문과 영문학 담당인 변영로 선생은 인상 착의가 유별나셨다. 모시 두루마기 차림의 전형적인 촌로로 맨발에 대님을 맨 채 구두를 신었으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고. 그의 동기생으로 산사람이자 동대 명예교수인 장호 시인과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고원 시인이 있다.
해방 직후, 외가에서 미당 서정주의 《화사집》·유치환의 《청마시초》·《문장》지 등을 읽는 호기를 갖는다. 불어·독일어도 배우고, 시인 보들레르·투르게니에프의 영역본에도 흥미를 느낀 해였다. 이듬해인 \줁46년 3월, 나중에 뇌염으로 죽은 김필환·북으로 간 김창훈·장호·고원 등, 몇몇 급우들과 《은화식물》이란 동인지를 만들더니, 5월에는 《석초시집》을 제작하기도 한 《주간 소학생》 동시 현상모집에 <바다로 간 나비>로 입선한다. 이 해는 전국이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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