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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용에서 이무기로 전락한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국제투기자본의 농간(弄奸)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고, 한국이 제 때에 발전모델을 전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천하의 흥망이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天下興亡 匹夫有責)는 고염무(顧炎武)의 말을 빌어 국민 모두의 정신자세가 흐트러진 탓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잘 살아 보자’가 어느새 ‘잘 놀아 보자’로 바뀌면서 우리 모두가 헝그리(hungry)정신을 잃어버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경제의 성공과 좌절의 과정을 추적해보려고 한다. 한국이 어떻게 보리고개를 넘을 수 있었고, 왜 아리랑고개에서는 주저앉고 말았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 동안 한국의 경제발전과 좌절을 유교와 연관시키는 문화적 접근법, 시장의 맥락에서 설명하는 신고전파이론, 외부적 조건으로 환원시키는 세계체제론과 지정학적 이론, 그리고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제도주의론 등 다양한 설명방식이 있었다.
여기서는 세계체제론과 지정학적 이론 및 신제도주의론을 각각 수정·결합시켜 한국 경제의 성공과 좌절을 해명해 보려고 한다. 즉, 세계체제론에 한국 특유의 냉전=분단구조를 보완하여 발전과 좌절의 외적 조건을 설명하고, 신제도주의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전지향국가(developmental state)론에 입각하여 그것의 내적 요인을 추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발전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발전에 있어서 국가와 시장의 관계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