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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닥치기 바로 전까지 정부관리들이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우리경제의 기본(fundamentals)은 건전하다고 말해 왔다. 비교적 높은 6%의 경제성장률에, 5% 이내의 물가상승률, 그리고 점차 개선되고 있는 국제수지.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거시적 지수들이 무의미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온 경제의 체제(system)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가 대두 된 것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언론은 흔히 우리 경제의 문제가 소비자들의 과소비에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한국의 저축률은 40%에 근접할 정도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의 문제는 과소비가 아니라 40%에 달하는 높은 저축을 효율적으로 투자하지 못한 데 있다. 40%의 저축도 모자라 국제수지의 적자를 보면서 외국 자원을 들여다 투자해 온 것이다. 바로 그러한 과잉투자, 혹은 비효율적 투자가 오늘의 우리의 경제위기를 가져 온 것이다.
지난해 수많은 대기업들, 소위 재벌에 속하는 기업집단들이 도산하였다. 바로 투자를 잘못한 때문이다. 자동차, 철강, 전자 등의 한국경제의 주력산업들이 중복과잉투자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한 두 기업, 혹은 한 두 산업이 투자의 잘못으로 문제에 봉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일부 기업과 일부 산업만 문제를 지닌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과 산업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다. Krugman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정부지원 즉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과 감독 소흘에 의한 기업과 금융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만일 금융기관의 투자가 잘못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상해 주기로 한다면 금융기관은 투자결정에 있어서 위험성을 고려함 없이 되도록 높은 수익성을 지닌 사업을 택하게 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