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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에서 유랑을 꿈꾸게 된 상황의 변전은 아내를 들병이로 변신시키고자 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아내와 들병이가 정착과 유랑의 표지가 되는 현실이 다시 확인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걸림돌이 없지 않다. 아내의 경우처럼 들병이 또한 용모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밑지는 농사보다는 이밥에, 고기에, 옷 마음대로 입고 좀 호강이냐. 마는 년의 얼굴을 이윽히 뜯어보다간 고만 풀이 죽는구나. 들병이에게 술 먹으러 오는 건 계집의 얼굴 보자 하는 걸 어떤 밸 없는 놈이 저 낯짝엔 몸살날 것 같지 않다.` 정착의 표지인 아내에게서 정착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식 다산을 꿈꾸었지만, 정착한 현실의 열악한 상황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 그러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아내를 들병이로 내세우고 나아가는 유랑의 삶을 꿈꾸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일이다. 아내의 용모는 들병이의 용모로서도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유랑의 꿈은 좌절되는가. 하나의 방책이 제시된다. 들병이의 자질인 용모 외에 또 하나, 바로 소리의 자질을 아내에게 부여하는 일이 제시된다. 이는 마치 아내의 요건으로서 제시된 출산 능력에 들병이의 요건으로서 소리가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들병이의 자질의 하나가 되는 이 소리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남편인 `나`는 밤이 되면 낮의 힘든 노동에서 오는 피로도 무릅쓰고 아내에게 아리랑 타령 등을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다. 아내 또한 열심이다. 아내는 아리랑 타령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신식 창가도 알아야 된다고 하면서 야학하는 데 나가 움 밖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신식 창가를 흉내내기까지 한다. 유랑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부가 일체감을 획득하는 순간이 얼마간 지속되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