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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군비통제의 대상전력은 엄연히 휴전선이남에 존재하는 군사력 전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주한미군이라는 요소는 현재 미국이 휴전선 이남에 배치하고 있는 비교적 소규모의 전력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주한미군은 어쩌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군사력 전체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군비통제만을 중심으로 생각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주한미군 또는 보다 정확히 말하여 미국을 협상대상으로 포함하지 않는 군비통제협상은 무의미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현실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대북 군비통제정책을 논할 때, 주한미군이라는 요소를 애초에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 현실적 취약성을 자초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순수하게 “북한과의 군비통제의 추진”이라는 차원에 국한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의 측면이 바로 주한미군을 대북 군비통제협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없을 것이며, 또 주한미군을 대북 군비통제 나아가 대북관계 전반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데 장애적 요소로 간주해야 할 필요를 제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군비통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북 군비통제를 추진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한반도에 보다 낮은 긴장의 수준에서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군비통제의 추진만을 기준으로 할 때, 분명 주한미군의 존재는 남북한간의 군비통제협상에 중대한 장애용인으로 제기된다.
그러나 이를 야기할 경우, 이는 군비통제협상 자체의 근본적인 목적 자체를 훼손시키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군비통제협상 자체의 필요성 여부에 관련된 문제이지 군비통제협상의 추진을 기준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군비통제라는 문제가 가지는 수단적 본질에 대한 관점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