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런 다음에야 남북한간의 군비통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남북한간의 군비통제가 실시되려면 우선 상호간의 인식의 괴리현상을 하루빨리 해소시켜야 한다. 군비통제에 대한 개념, 필요성, 접근방법 등에 대하여 공통의 이해관계가 없을 경우 아무리 협상을 지속한다해도 군비통제의 실질적 진전은 불가능하다. 둘째, 한반도의 군비통제는 남북한간의 정치적, 군사적 안정성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군비통제의 목적이 정치적, 군사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급격한 군비축소 제안은 현실성이 없으며, 우리의 논리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또한 우리의 군비통제 정책이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 또는 북한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설득해야 한다. 셋째, 남북한 군비통제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누적된 불신과 오해는 남북한간의 군비통제를 어렵게 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다. 의미있는 군비통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상호간의 신뢰구축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근본 원칙 하에서 군비통제는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 고려될 수 있다. 첫째는 일방적인 군비통제이다. 남북한 어느 일방이 일방적으로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방적 선언은 상호 신뢰구축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며,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동일한 종류의 선언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일방적 조치로서는 (1)정치적 비방, 중상모략의 중지선언, (2)정치적 대결의 중지 선언, (3)일방적 경제 및 기술원조 제공 등을 들 수 있으나 일방적 선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으며, 이를 실제로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상호간의 협상에 의한 군비통제의 실천이다. 제1단계에서 정치적 신뢰가 생성되기 시작하면 제2단계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