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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물론 훌륭한 축제들이 있다. 경남 영산의 3.1문화제가 그렇고 마을 단위의 대동굿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른바 문화의 시대라는 이름아래 지방축제가 성행하는 오늘날 지배적인 모습은 어떠한가? 축제를 마련하는 행정기관이나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나 참여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어떠한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성행하기 시작한 지방축제들은 축제 본연의 의의, 기능, 지방사회의 정체성을 살리는데는 큰 비중을 두지 못하고 허구적 이슈로서 이러한 것들이 표방되기 일쑤이다. 그 대신 지방경제활성화 등 부수적인 경제적 기능이 오히려 표면에 등장하고 과장된 수익효과를 과시하는 사례도 벌어진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실적 과시나 주민에 대한 자기 존재 부각 등 지방정치적 전략들이 관철되기도 한다. 지방사람들이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질박한 자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는 찾기 어렵고, 조악한 수준의 민속공연 혹은 대중가요만 있는가 하면 썰렁한 가건물의 점포들만 들어차 있다.
그래도 꽤 잘된다고 하는 대형 지방축제들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지방주민의 삶의 희노애락이나 의미에 대한 천착이 없이 전국 어디서나 통용되는 이베트회사의 기획물이 지배하는 대형 지방축제들이다. 이들은 뚜렷한 주제가 없이 전세계의 유물, 민속들을 나열하며 특히 민속공연의 경우 현장성이 결여된 포크댄스 수준의 것들을 나열하기 일쑤이다. 여기에다 마치 서울랜드에 온 듯한 공간구성, 유명연예인 공연 등으로 오히려 문화적 특수성을 상실시키고, 기묘하게 전세계 풍습과 우리나라 지방풍습과 서구중심적이고 서울중심적인 대중문화들을 결합시킨다. 이제 지방축제는 종전까지 그나마 조금씩 간직해온 특수성의 세계를 상실하고 그 자리를 이른바 ‘이벤트’가 차지해 간다. 그것도 ‘이벤트’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 추종적이고 세련됨을 선호하는 의식을 기묘하게 자극하면서 자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