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고도의 실천은 이념적으로는 리가 발현된 이상적 시대의 행위라는 점에서 당대의 지배적 학문인 성리학과 합치하는 것이지만, 그에 기반한 예의 실천은 현실적으로는 당대의 관습 통념과 어긋난 셈이다. 물론 유학에 있어서도 시중의 개념이 있으므로 옛 것에 대한 철저한 묵수만이 주장되었던 것은 아니다. <가례주설서> 7-1, p.498. “주자왈, 례시위대. 유성인자작, 필장인금지례, 재작기중, 필불복취고인번욕지례야.”
따라서 송익필의 ‘항례’는 고도에 기반한 례의 실천을 통해서 자신의 고대적 이상에 대한 신념과 고도가 실현되는 세계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고 해석된다. 거기에 기초함으로써 그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도에 있어서는 신분의 고하와 관계없이 대등한 존재라는 주체의식을 존중할 수 있었다. 리나 예는, 그것에 기반하고 있던 사대부 사회가 미천한 신분의 그를 가두는 토대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기 존재의 근거를 확보해 주는 이론이며 실천이었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별상을 초월한 리라는 관념의 세계는 그의 존재의 의미이자 목적이고 정신의 자유이기도 했던 것이다.
3
참된 도가 실현되지 않는 현실은 그의 시에서 자연의 세계와 확연히 분리된 세계로 형상화된다. 즉, 세속과 멀어지는 청정한 높이를 <우후등산> 1-2, p.370. “천근일월명 등신적무중 (중략) 회간구시반 학구장호봉.”
통해서 혹은 먼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심상 <숙서흥지오운산사> 2-13, p.393. “도심수학거 천원입명명.” <독립> 2-7, p.390. “징심공저립 비조입장공.”
을 통해서 현상적인 것의 찰나성 <차송강소증운이수> 기일, 2-35, p.404. “만사부운공기멸 담연상조차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