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러나 부처님은 바라문교는 물론 수많은 신흥 사상·종교의 그 어느 것도 참다운 진리로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스스로 궁극적인 진리를 찾아 설산에서 6년간의 갖은 고행을 하셨던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도저히 진리로 인정할 수 없었던 당시 사상·종교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부처님은 중아함(中阿含)의 한 경인 도경(度經)에서 간략하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삼종외도`(三種外道)라고 일컫는 존우화작인론(尊祐化作因論), 숙작인론(宿作因論), 무인무연론(無因無緣論)이다. 현대적인 표현으로 한다면 각각 신의론(神意論), 숙명론, 우연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우리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장으로서, 그 원인이 신(神)의 뜻이라고 하는 것이 신의론, 과거생의 숙명이라고 하는 것이 숙명론, 우연이라고 하는 것이 우연론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사상들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을 바르게 이끌어갈 수 없다고 보았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가기 위해서는 도덕적 질서와 창조적 노력이 필수적인데 삼종외도의 사상은 이를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살인을 했을 때 그 근본원인이 신이나 운명이나 우연에 있다고 한다면, 살인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어떤 일이나 행동은 해야 하고 어떤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규범이 무의미해지고 죄악에 대한 법적 구속력도 근거를 잃게 된다. 또한 우리의 행(幸), 불행이 절대자의 뜻이나 숙명이나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 굳이 힘든 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부처님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개인적 선(善)과 창조적 노력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상은 결코 궁극적 진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