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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그런데 다시 갑작스런 사태의 변화가 그의 주의를 홍에게서 돌리게 하고 말았다. 검은 각반들이 거의 그의 앞 서너 발자국 앞에까지 접근해 왔을 때였다. 웃통을 벗어부친 제대병 하나가 의자 등받이를 타넘고 달려와 검은 각반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못가, 이 나쁜 놈들. 너희 멋대로야. 갈 테면 나를 찌르고 가. 마침 나가 보아야별 볼일 없는 몸이야.”
다시 검은 각반들의 얼굴에 아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들은 멈칫 전진을 중단했다.
“어디 찔러 봐. 괴로운 세상 여기서 끝내는 것도 좋고, 통합 병원에서 몇 달 쉬는 것도 괜찮아.”
상대는 정말로 죽음을 각오했다는 투였다. 그런 그의 알몸에는 여기저기 흉측한 자상(刺傷)이 불빛 아래 위협적으로 번들거렸다. 검은 각반 중 하나가 질린 듯 멍청하게 물었다.
“그럼, 어, 어떻게 하란 말이야?”
“손에 든 걸 버려. 그리고 끓어 앉아 여러 형님들에게 빌어.”
그러나 무기를 잃은 순간이 바로 마지막이란 것을 검은 각반들도 직감하고 있었다.
“비켜, 죽여 버린다.”
성마른 검은 각반 하나가 유리칼을 휘둘렀다. 벌거벗은 제대병의 팔 어름에 한줄기 피가 솟았다. 그러나 벌거벗은 제대병은 여전히 산악처럼 버티고 선 채 자기 배를 가리키며 이죽거렸다.
“여기야, 여길 찔러. 그래야 죽든지, 몇 개월이라도 편히 누워 지낼 수 있지. 그 따위 유리 조각이 겁난다면 4부두의 아이구찌가 아니야.”
마치 불사(不死)의 악귀 같았다.
“에잇, 죽어.”
다시 검은 각반 하나가 표독스런 기합과 함께 유리칼을 휘둘렀다. 벌거벗은 제대병은 날쌔게 피했지만 가슴어림에 꽤 깊고 긴 상처가 났다. 여러 줄기의 피가 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끔찍한 광경이 다시 한 계기가 됐다. 지금껏 물러서고만 있던 제대병들이 갑작스레 공세로 전환했다.
‘죽여, 죽여 버려.’ 하는 성난 외침과 함께 먼저 의자의 시트가 검은 각반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