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마침 이 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 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윤 주사는 토방으로 내려서는 아들 종수더러, 언제 왔느냐고, 심상히 알은 체를 하면서 역시 토방으로 내려서는 두 며느리의 삼가로운 무언의 인사와 마루까지만 나선 이복 누이동생 서울 아씨의 입 인사를 받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서는 부친 윤 직원 영감한테 절을 한자리 꾸부리고서, 아들 종수한테 한자리 절과 이복 동생 태식이한테 경례를 받은 후 비로소 한 옆으로 들어앉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우기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멋허러 오냐? 돈 달래러 오지?”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는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들러 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동경서? 전보?”
“종학이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끙―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 선 온 식구가 제각기 놀랜 것은 물론이구요.
윤 직원 영감은 마치 묵직한 뭉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양, 정신이 멍―― 해서 입을 벌리고 눈만 휘둥그랬지, 한동안 말을 못하고 꼼짝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으르렁거리면서 잔뜩 쪼굴뜨리고 앉습니다.
“거, 웬 소리냐? 으응? 으응?……거 웬 소리여? 으응? 으응?”
“그놈 동무가 친 전본가 본데, 전보가 돼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