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농민의 경제적 궁핍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다룬 <미가대폭락>에는, 지주를 중심으로 한 주변세력들의 착취와 농간을 궁핍의 근본 요소로 파악하고 있는 채만식의 생각이 구체화되어 있다. 추수를 한 농민들은 빚독촉과 암모니아대금에 쪼달려 손해를 보면서도 쌀을 팔아야 하는 형편이다. 이 기회를 이용해 치부하려는 사음의 횡포가 폭로된다. 자기 손으로 지은 쌀을 못먹고,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좁쌀을 사가는 농민들을 “도야지”라며 경멸하는 사음과 점방 주인의 행위가 아픔을 더해준다. <농촌 스케취>에서, 소작지를 빼앗겨 꼼짝없이 굶어 죽게된 최서방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면과 두 대에 걸쳐 종살이를 한 판돌이가 마누라의 싸움 때문에 지주의 체면을 깎았다하여 쫓겨나는 장면도 동일한 맥락에서 파악된다.
그러면 채만식은 당대의 농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농촌 스케치>에서는 한희열은 통하여 농촌의 제반 문제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극복을 위한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제 2경의 농민연합총회 장에서 한희열의 발언을 통해 농촌의 문제점이 직접 폭로 된다. 한희열은 한발 더 나아가 “부자간이라도 이해가 다르면 한집안에 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며 농업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농민이라는 무산계급을 위한 투쟁 단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해야할 것을 주장한다. 이것은 지주들에게 당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희열과 같은 의지적 인물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당대 농촌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채만식의 입장이 강하게 부각된 것이다. <야생소년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힘이 미약한 소년들이 야생군이라는 조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 역시 조직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