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작품의 직접적인 시대배경으로 나타나고 있는 임진왜란은 조선의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방면에 있어서 일대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백성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시련을 안겨 주었고, 급기야는 국기(國基)마저 흔들리게 했던 것이다. 경제적인 혼란, 기아와 온갖 전염병으로 백성들은 방황해야만 했으며, 어떻게 수습할 방도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임진왜란 당시의 실정이었다. 왜구의 침략으로 인한 이 엄청난 피해는 전쟁이 끝나고도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오래도록 백성들은 일본에 대하여 적개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적인 전화 말고도 7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백성들이 입었던 정신적 피해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이산 가족은 헤아릴 수도 없었다. 또 작자처럼 피난을 다니다 혈육들과 사별한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는 특히 조선의 인구가 밖으로 유출되었는데, 이는 역사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커다란 전쟁을 치르고 제대로 회복될 사이도 없이 선조가 죽고, 이어 광해군이 즉위한다. 광해군의 즉위는 당쟁에서 승리한 대북파의 힘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광해군은 즉위하자마자 유일한 혈육인 형을 죽이고 많은 동생들도 제거했고, 수많은 반대파 세력과 바른 뜻을 가진 신하들을 많이 죽였다. 그리하여 나라 안의 인심은 흉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온 나라는 초토화되었고 백성들은 굶주림으로 허덕였으며 국가의 재정은 고갈되었음에도 새로운 정치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옥사와 어려운 재정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궁궐 토목 공사로 사회는 점차 불안에 빠지고 백성들의 생활은 도탄에서 허덕이게 되고, 정치는 부패해지고 문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