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밀의 『자유론』과 『공리주의』는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공리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그 설명들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원칙들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집요한 시도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그의 시도가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에 관한 판단은 그가 제시한 원칙이 현실에 얼마나 잘 부합할 수 있는가를 시험해봄으로써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혹자는 차라리 그가 제시한 원칙의 현실 적용 가능성을 최대화시킴으로써 그의 이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겐 그와 같은 판단이나 노력은 밀의 이론을 그 자체로 고려하지 못하게 만들고 재빨리 그것을 현실과 대조시킴으로써 문제를 단지 그의 이론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만들거나, (그의 이론의 현실 적용 가능성을 최대화시키려는 경우) 그의 이론을 이미 옳은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경험적 사례들을 수집하는 문제로 만들뿐이다. 따라서 나는 (다른 이론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밀을 읽을 때 차라리 우리가 수행해야하는 것은 그의 이론을 이론으로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론을 이론으로서 읽는다는 것은 그의 의도를 읽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론을 하나의 생산물로서, 즉 이론적인 생산과정을 갖고 그 과정의 요소들 및 관계의 물질성에 의해 규정된(즉 한계 지어진) 것으로서 취급하며 그 이론의 생산과정 속에서 작동하는 모순과 그것의 전개를 적극적으로 물어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