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한때 번창하였던 하나의 낱말이 이제 변색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것이 무르익은 성숙의 색깔인지 아니면 익기도 전에 이미 떨어져 버린 열매의 변질의 색깔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현대` 또는 `현대성`이라는 낱말이다. 근대라고도 불리우는 이 낱말이 서양에서는 1968년 학생운동 이후 약 20여년간 뭇지성인들의 입에 숱하게 오르내렸다. 우리도 최근 몇년간 이와같은 사상사적 조류에 휩쓸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논쟁에 편승하였다. 이러한 논쟁을 통해 모더니즘의 부정적 이면이 들추어졌으며, 급기야는 지속적인 현대화의 희생을 치루고서만 보존될 수 있는 `현대성`의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전(前), 반(反) 또는 탈(脫) 등의 접두사를 달고 유통되는 이 낱말의 변용을 볼 때 우리는 현대와 현대성이 이미 중심을 잃고 방향을 상실하였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서있는 정신사적 위치를 올바로 자리매김하고 새로운 방향설정을 할 수 있는 지적인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도전받는 현대(성)을 적극 옹호하는 철학자로서 우리는 하버마스를 제일 먼저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하버마스가 현재의 지성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부상한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그의 반대입장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하버마스의 업적과 철학적 통찰력은 오히려 - 통상적 평가와는 달리 -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이에 벌어지는 찬반의 비생산적 논의에 휘말리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현대(성)의 정신사적 지도를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
도전받는 현대(성)을 적극 옹호하는 철학자로서 우리는 하버마스를 제일 먼저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하버마스가 현재의 지성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부상한 것이 포스트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