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소설은 해방 직후부터 6·25까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그때까지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분단과 전쟁, 그리고 북쪽의 이야기를 소재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 ‘광장’ 과 ‘밀실’을 오가며 끝내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를 안고 고민하다 바다에 투신하는 것도 그 당시로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작가는 이같은 주인공의 행적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내면적으로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작가 특유의 사색적이고 연역적인 문체가 소설의 무게와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작품의 이러한 특징은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탁월한 문학성을 인정받으면서도 해방 이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행운도 함께 안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팔리게 된 이유는, 문학적인 평가를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작가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의 작품들은 작가가 한번 발표하고 나면 다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이 소설의 경우에는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될 때부터 끊임없이 손질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이 작품이 <새벽>지에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6백매 정도의 중편소설이었다. 그런데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2백매 가량의 내용을 첨가해서 장편소설의 꼴을 갖추었다. 그 이후에도 이 소설은 몇번의 재판이 이루어졌는데, 그때마다 작가는 시대적 감각에 맞게 수정을 가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품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