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불교사를 정리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는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교단, 사학계, 종교학계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학계의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이유로 전혀 당대의 불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또한 서양의 종교학을 수입하여 한국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종교학계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하여 별다른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학계의 경우에는 연구여건의 미비와 더불어 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여겨지는 주제에 대한 탐구로 인하여 불교사에 대한 연구가 늦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곳이었던 불교교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수립해나가야 하는 불교교단의 경우에는 그 역사에 대한 연구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가 늦어진데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한 모습을 가져오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단을 주도하는 승려들의 과거에 대한 두려움을 들 수 있다. 정계, 재계,학계등 어느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주도세력들이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듯이--단적인 예가 친일의 문제이다--승려들 또한 이 부분들로부터 자유롭지가 못하다. 뒤에 본문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불교계의 경우에도 친일의 문제에 대해서 일정정도의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그 문제는 유야무야되고 대처승의 문제로 비화되어 해결되는 양상을 띠면서 보다 철저한 해결을 보지 못하였다. 즉 다른 분야에서의 경우보다는 덜 하겠지만 역시 이 문제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이 있지 않았을 까 한다.
둘째, 불교교단의 친정부적인 경향이 가져온 폐혜를 들 수 있다. 호국불교라는 성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불교는 그 처음으로부터 항상 친정부적인 색채를 유지하여 왔다.